옥천이 고향인 거래처 지인과 함께 점심 먹으로 갔다가
근처에 있는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생가지를 둘러보았다
허름하면서도 토속적인 "대박" 이라는 음식점에서
5천원짜리 어죽국수와 도리뱅뱅이를 맛보고...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학창시절 누구나 한두번쯤은 읊조려보았을 "향수" 라는 노래로
더 익숙한 "고향" 의 시인 정지용...
그의 생가는 아주 작고 소박했으며
작은공원과 정지용 문학관은 우리들의 고향모습과 너무 흡사하였다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은 아늑하고 포근한 마을 모습이 너무나 한가롭고 정겹다
향 수
- 정지용 -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조선지광>(1927) -
고 향
- 정지용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 전집1-시』, 민음사, 1988, 97쪽
정지용 생가 근처에는 결혼전까지 25년간 살았다는 육영수 생가지가 있다
아주 넓은 집터에 제법 큰 연못까지 있는 고풍스런 한옥으로 오래된 부잣집 모습...
죽향초등학교 동문이라는 지인이
어린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지만
격동의 70년대를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로 보낸탓인지 많은것을 생각나게 할 뿐이다
너무나 강한 햇살에 인상파가 되어 버렸다^...
아직까지 등산 후유증으로 어정쩡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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