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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출사지

양평 세미원(洗美苑) 연꽃 탐방 이야기

by 풍경감각 2020. 7. 21.

양평 세미원(洗美苑) 연꽃 탐방 이야기

 

'觀水洗心(관수세심)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觀花美心(관화미심)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세미원(洗美苑)이라는 이름은 '장자(莊子)'의 한 구절 '觀水洗心(관수세심) 觀花美心(관화미심)'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햇볕이 유난히 강하게 내리쬐던 7월 초복날...

 

흔히 염화미소(拈華微笑), 처염상정(處染常淨),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일컬어지는 연꽃이 보고 싶어 양평 양수리(두물머리) 근처에 있는 '세미원(洗美苑)'에 다녀왔습니다.

 

녹색의 연밭에 홍련과 백련이 곱게 피어 있고 푸르름을 더하는 하늘까지 눈앞에 펼쳐지니 마치 극락정토에라도 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세미원에 들어가는 문은 '불이문(不二門)'과 '열수주교(烈水舟橋)'라는 배다리를 건너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불이문이란 명칭은 유마경의〈불이법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리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라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세미원에서 가까운 운길산 수종사의 600년 은행나무에서 해탈문을 지나 법당으로 들어가는 문에도 '불이문'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정원 조성에 이곳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배다리'는 배를 여러척 이어 만든 다리를 말하는데 정조임금께서 양주에 있던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로 이전하고 매년 한강에 배다리를 설치하여 현릉원을 참배하였는데 이를 위해 다산 정약용 선생 등이 참여하는 주교사(舟橋司)를 설립하여 배다리를 건설하고 관리하게 하였답니다.

 

이곳 열수주교에는 정조임금의 효성과 정약용선생의 지혜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있다고하는데 가까운 능내리에 정약용선생 생가지가 있으니 운길산과 두물머리 등 주변 환경과 역사적 사실을 잘 활용하여 세미원의 스토리를 만든것 같습니다.

 

배와 배로 길을 이어가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인정이 넘치는 길을 이어 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연꽃의 생명은 보통 3일인데 첫날은 절반만 피고 오전 중에 오므라든다고 합니다.

 

이틀째 활짝 피어나는데 그때가 가장 화려한 모습과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 낸다고 하지요.

 

3일째는 꽃잎이 피었다가 오전 중에 연밥과 꽃술만 남기고 꽃잎을 하나둘씩 떨어뜨리기 때문에 연꽃은 자기 몸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때 물러날 줄 아는 군자의 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마치 물러날 시기를 모르는 무지몽매함과 끝없는 욕심으로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일깨워 주는 의미같기도 하지요...ㅎㅎ

 

연꽃이 피는 장소는 연못 속의 진흙과 흙탕물이지만 물과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채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이러한 연꽃의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으로 인해 연꽃을 일컬어 꽃 중의 군자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도 부른다지요.

 

팔당호가 삼면으로 둘러싸인 연꽃 주변 길을 걷다 보면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듯이 물이 가까이 있으니 노자(老子)께서 가르친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의 진리를 배우면서 연꽃을 보고 부처님의 '염화미소(拈華微笑)' 의 참뜻을 깨우치라는것 같기도 합니다.

 

불교를 상징하는 부처님의 꽃인 연꽃은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을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다는데서 불교의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연꽃을 부르는 또 다른 표현인 '처염상정(處染常淨)'...

 

이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지요.

 

군자는 아무리 더러운 곳에 처해 있더라도 그 본색을 물들이지 않는다는 유교적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얀 백련을 보노라니 우리네 인생살이도 부지런히 공덕을 쌓고 깨끗하게 피고지는 연꽃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0.7.16(목)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