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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야생화

복주머니난을 찾아서.....

by 풍경감각 2021. 5. 7.

금은보화가 가득하고 사랑이 듬뿍 들어 있는 ‘복주머니난’을 찾아서....  
 
복주머니난은 난초과 여러해살이풀로 요강꽃, 까마귀오줌통, 개불알난, 개불알꽃, 오종개꽃, 작란화 등으로도 부르고 홍자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며 꽃잎 밑에는 타원형의 주머니가 달려있습니다 
 
바로 이 모양이 마치 개의 불알을 닮아 ‘개불알꽃’이라고 불렀지만 민망해서 그랬는지 복주머니난으로 개명을 하지요.  
 
주머니모양의 꽃과 선명하게 그어진 실핏줄 모양의 선까지 개의 불알을 닮아서 그렇게 불렀을것입니다. 
 
이렇게 어원적으로 흥미가 있고 오히려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이름을 왜 바꾸었는지 지금까지도 궁금할뿐입니다 
 
이른봄 양지바른곳에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큰개불알풀꽃’도 ‘봄까치꽃’으로 개명을 했는데 복주머니난은 난초과, 봄까치꽃은 꿀풀과로 출신과 소속이 완전히 다르지요 
 
봄까치꽃은 꽃이 워낙 작아 육척단신(ㅎ)인데 역설적으로 ‘큰‘자를 붙이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1997년에 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나온 ‘편지’라는 영화에서 임업연구소 연구원인 환유(박신양)가 정인(최진실)에게 이 꽃 이름을 '개불알꽃'이라고 소개하면서 얼굴을 붉히던 장면도 있었다고 합니다 
 
학명 중 속명 시프리페디움(Cypripedium)은 ‘비너스’를 의미하는 시프리스(cypris)와 ‘슬리퍼’라는 뜻의 페딜론 (pedilon)의 합성어입니다.  항아리 모양의 꽃잎이 마치 미의 여신 비너스가 신는 신발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도 같은 의미의 ‘숙녀의 슬리퍼’(Lady’s slipper)라고 한다지요 
 
고지대에서는 화려한 홍자색꽃외에도 흰색, 노랑색의 꽃이 피는 복주머니난의 꽃말은 ‘튀는 아름다움’ 이라고 하는데 꽃을 직접 바라보면 그렇게 불릴만한 자격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몇 년전에 지리산 삼정산에서 발견한 복주머니난이 어찌나 반갑던지 이듬해 다시 만나러 갔는데 몰래 나쁜손이 다녀갔는지 흔적도 없더군요. 혹시 개불알꽃이나 개불알난을 복주머니난으로 바꾼뒤에 ‘복’에 환장한 사람들의 손을 탄것은 아닐까요?...ㅎㅎ 
 
결국 복주머니란은 2012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즉 특별한 보호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말지요 
 
야생화는 자생지를 옮겨버리면 토양과 기후가 달라 어차피 살아남지 못하므로 그냥 그 자리에서 잘 자랄수 있도록 보호해 주어야 할것입니다 
 
2021.5.2(일)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