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00-98) 한라산에서 만난 지독한 눈보라와 전쟁
♡일시 : 2014.12.12(금)~12.14(일)
♡산행코스 : 성판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성판악(원점회귀)
한라산에서 만난 지독한 눈보라와 전쟁...
그리고 눈시린 제주바다의 평화...
또 하나의 축복인 힐링...
한라산 정상에서 왼쪽 귀와 손가락은 이렇게 급속냉동(ㅎ)되고 말았습니다^^...ㅎㅎㅎ
지난주 금요일 아침 제주공항....
내일은 폭설과 강풍으로 한라산이 통제될지 모른다는
성판악 탐방안내소의 친절한(?) 아저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일정을 급변경하여 부리나케 성판악으로 달려가 09:50경 출발을 합니다
때마침 훈련중인 특전단 뒤를 따라 한때 푸른제복시절 급속 강행군 할때처럼
진달래 대피소(12시까지 통과해야함)를 11시40분쯤에 통과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락가락 내리던 눈발을 헤치고 잘 올라왔으나
숲길을 지나 정상 오름길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강풍과 눈보라가 무서우리만큼 휘몰아쳐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겨우 줄을 잡고 기다시피 한발한발 올라갑니다
여태까지 산에 다니면서 이렇게 쎈놈(ㅎ)은 처음 본것 같았습니다^^...ㅠㅠ
안경알에 눈이 금방 서걱서걱 얼어붙어버리고
급하게 아이젠을 꺼내다가 아이젠 카바를 바람에 날려보내고
눈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설사면을 엉금엉금 기어 오르고 있으니
사람들이 우루루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통제시간 1시30분이 안되었지만
지금 눈보라가 너무 쎄서 바로 통제가 시작되었고
도저히 더 이상 오를수가 없어
거의 다 포기하고 내려온다고 합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수는 없지~~
벌써 네번이나 뱅기표를 취소하고 정말 어렵게 온 한라산인데
또 다시 올수는 없잖아~
이를 악물고 박박 기어올라 희뿌연 정상석을 찾아
사진을 찍을려고 보니 3~4명이 정상석을 붙들고
악전고투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여
오른쪽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 화면이 안보여 대충 감으로 찍어주고 나니
오른쪽 손가락이 찌르는듯이 아려옵니다
빨간 인증수건을 찾을려고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이번에는 배낭카바가 순식간에 하늘로 날라가 버리고
앞을 도저히 볼 수 없어 안경을 벗고 모자로 대충 인증사진을 찍고 있으니
국공직원이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조금전부터 폭설/강풍경보가 발령되었고
길이 없어지고 눈보라로 앞이 안보여 화이트아웃 현상으로 조난사고가 난다며
경광등까지 흔들며 하산을 숨가쁘게 외쳐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100명산이 뭐길래^^...
이렇게까지라는 잔인한 생각이 들정도로 참으로 지독한 눈보라였습니다
아예 관음사 방향 길은 흔적도 없고
바로앞의 동봉 목각울타리도 안보이고
더 이상 직진이 불가능하여 밧줄을 붙잡고 더듬더듬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오며
몇번을 미끄러져 넘어지고
숲속으로 들어오니 겨우 숨을 쉴 수가 있을것 같았습니다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한숨 돌리고
진달래대피소로 돌아와 그제서야 컵라면을 시켜놓고 나니
왼쪽귀끝이 짤려나갈듯이 따갑고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너무 아파 만져보니 아려오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급속냉동(동상)"을 당한것^^...
마치 "전쟁과 평화" 같았던 한라산과 제주바다...
100명산 D-2....
가장 기억에 남을것 같은 한라산 인증 그 사진이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평화롭고 눈시리게 푸른 제주바다를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세운 목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심한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데
과연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
흰눈에 절반쯤 파묻혀 블리자드보다 더 강한 눈보라를 견뎌내며
꿋꿋이 서있던 백록담 정상석을 보듬고 한장의 인증사진을 남기려고
눈도 못뜨고 안절부절하던 모습이
힘들고 어려울때마다 한동안 떠오를것 같습니다
일일(日日)이 시호일(是好日)하시기 바랍니다
▼ 성판악에서 정상까지 모습들(바로 뒷날 토.일요일은 전면통제됨)
▼ 눈이 시리도록 파란 제주 바다 (협재에서 서귀포)
▽ 우도 둘레길 걷기
▼ 차 한잔의 여유와 사랑 이야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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