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015-042) 민주지산(1242m) 마운틴북 정기산행
♡일시 : 2015.7.18(토)
♡코스 : 민주지산자연휴양림~흘기골(불당곡갈림길)~주능선삼거리~정상~원점회귀 (7km)
♡누구랑 : 마운틴북 '나사산' 카풀이용
마운틴북에서 세르파와 도전자의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한달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는 정기산행 '민주지산'에 다녀왔습니다.
민주지산은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나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에서도 올라갈수 있으나 보통 영동군쪽의 산세가 완만하여 물한계곡으로 올라 원점회귀하거나 석기봉까지 돌아오는 코스, 도마령에서 각호산을 거처 정상에 오르거나 석기봉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선호하지만 오늘은 무더운 여름철이고 습도가 매우 높은 날이어서 가장 가까운 용화면 조동리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코스'로 올랐습니다
'우리산 이름 바로찾기'를 살펴보면 '민주지산' 은 원래 '백운산'으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충북, 전북, 경북 3도에 걸쳐 동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 북으로는 각호산이 좌우로 날개처럼 우뚝 솟아올라 웅장한 기상을 펼치며 백두대간을 굽어보는 산으로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는 '백운산(白雲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민주지산(岷周之山)'이 기록되어 있고 '민주산(珉周山), 민주지산(珉周之山)'이란 다른 이름도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는 岷周之山의 '민(岷)'자로 뜻은 '산이름 민'이고, 또 하나는 '민(眠)' 자로 뜻은 '보다'이니 '두루두루 산을 보다'라는 의미가 되는셈입니다
실제로 충북쪽에서 바라보면 삼도봉부터 각호봉까지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고 부르던 것을 일제시대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지산'이란 이름이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영동군에서 1982년 발행한 ‘내 고장 전통 가꾸기’란 책자에 민주지산의 이름과 관련해 ‘민두름하게 솟아 보인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 불렀다’는 내용이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울창한 숲과 영동의 깊은 산골 분위기가 물씬 나는 민주지산 자연
휴양림 주차장에서 등산 채비를 챙겨 출발을 합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화장실도 들러 용무도 보고 배낭끈과 등산화끈도 조이고 나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하면 좋을텐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모두 내달리기 시작하니 그 이유가 참 궁금합니다...ㅠㅠ
사실 양팔과 어깨,목, 허리 운동 등 상체운동과 발목돌리기와 무릎, 고관절 펴기 등 간단한 하체 스트레칭만 해 주어도 장시간 버스안에서 움츠려 들었던 근육과 경직된 관절 등을 이완시켜 부드럽게 걸을수 있어 쥐가 나는것도 방지할수 있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서서히 워밍업을 하면 호흡도 터지고 좋을텐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은 충청북도 최남단인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전국최초로 개발한 조동 산촌마을과 연계한 자연휴양림으로 사계절 내내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조성되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등산로로 접어들면서 바라본 휴양림은 깨끗하게 정돈된 숙박동들과 야영장, 피톤치드가 퐁퐁 쏟아질것 같은 산림욕장과 숲길, 음수대와 족구장 등 운동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고 특히 맑은 물이 가득한 사방댐 주변로는 산책하기에 아주 좋아보이더군요
다소 가파른 자연휴양림 언덕길을 빠져나와 불당곡과 민주지산 정상으로 향하는 임도로 접어듭니다
혼자 끝물로 출발했지만 이정수 선생님 일행을 만나 사진도 찍어 드리고 지난번 아침가리 트레킹 이야기도 나누면서 물기 가득한 풀길을 도란도란 걸어갑니다. 아직도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하시지만 열심히 산행을 하시고 만날때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손을 잡아주시니 참 고마운 분이시지요.. 더욱 건강하게 오랫동안 산행을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가시던 유경희님 일행을 불러 세우니 깜짝 놀라 쳐다보다가 카메라 낌새를 알아채고 얼른 썬그라스를 꺼내 쓰네요.
그런데 눈을 안가린 깜짝 놀란 표정도 다 찍혔으니 어떡하지요...ㅎㅎ
항상 저의 부족한 스토리를 읽어보시고 톡으로 맞춤법을 수정해 주시는 교열기자 역할을 톡톡히 해 주시니 고마울뿐이지요.
여기는 옛날 골짜기에 암자(불당,彿堂)가 있다 하여 불당곡(彿堂谷)이라고 부르는 마을과 민주지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입니다
산행지도에는 '홀계골'이라고 표기되어 있더군요.
이곳에는 천년 '노송'과 '용소'에 대한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조동산촌마을에 있는 '노송(노송)'은 가지가 두갈래로 크게 갈라져 있으며 매년 고엽(枯葉)이 많이 떨어지면 국가나 마을에 흉한 일이 생기고, 고엽이 적게 떨어지면 길(吉)한 일이 생긴다고 전해져 오고 있으며, 또한 비가 오려고 하면 지금도 쇠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홀계골 용소'는 얼마나 깊은지 알아볼려고 마을 사람들이 명주실 끝에 돌을 달아서 한타래가 다 풀리도록 넣어 보았으나 끝이 닿지를 않아 그 실꾸리 끝에 다시 새 실꾸리를 이어 계속 넣어 보았지만 끝이 닿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해엔가는 나뭇꾼이 이 소(沼)에 도끼를 빠뜨렸는데 4Km 나 떨어진 안정리 애구시 소(沼)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이 소는 마을 사람들이 즐겨 목욕하는 장소로 쓰여 지기도 하였고 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 소에서 사람들이 빠져 죽은 뒤로 마을 사람들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이 소를 메워서 없애기로 하였는데....
소(沼) 속에 돌을 집어 넣자 커다란 용(龍)이 소 안에서 불쑥 몸을 일으켜 세웠고 놀란 청년들이 연장을 버리고 마을로 도망가자 용은 도로 소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장대같은 소나기가 내리 퍼 부었는데 빗물이 넘쳐 소를 메웠던 돌은 삽시간에 어디론가 떠내려가 버리고 소(沼)는 제 모습을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소를 메우려고 했을때 나타난 용의 크기를 보고 천년묵은 용이라고 입을 모아 탄복 하였고 그 뒤로 이 홀계골 용소는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마을의 명소가 되어왔는데 오륙년 전만 하여도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 바로 이 '홀계골 용소'였다고 합니다.
역시 깊은 물속에 조용히 살고 있는 용을 건들고 시끄럽게 굴면 천등이 치고 비가 내리고 용솟음 친다는 얘기가 맞는가 봅니다..ㅎㅎ
아쉽게도 이런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노송'과 '용소'를 피하여 오늘 비가 더 내릴까봐 조용히 정상을 올라가게 되었네요...
이곳 '용화'와 '조동'에 관한 지명 유래를 잠시 살펴보니 또 용(龍)과 관련이 있더군요
고려시대에 용화현(龍化縣)이었다가 조선 태종 13년(1413년) 영동현에 편입되었고 '용화'라는 지명은 용화면사무소 뒤로 뻗어 내려온 내룡리(內龍里)와 용화리(龍化里)를 잇는 산 능선이 풍수지리설에서 '용(龍)'으로 표현되고, 용강(龍江)의 물줄기가 '용(龍)'같이 생겼다고 허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자연마을 이름도 대부분 1910년대에 조선총독부 행정구역 통폐합령에 따라 개편되어 지금까지도 사용되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옛날부터 구전되어오던 전설속의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조동마을'도 본래 영동현 남이면 지역으로 민주지산(珉周之山)과 천마령(天摩領)사이에 있는 골짜기이므로 '새골' 또는 '조동(鳥洞)'이라 불러왔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상촌동(上村洞)과 중촌동(中村洞)을 병합하여 '조동리'라 하였으며, 그 후 상촌리(상촌,불당)와 평촌리(평지말) 2개의 행정리로 구분하였으며, 현재도 법정리명을 '조동'으로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발걸음이 빠른편이 아닌데도 이쯤에서 함께 카풀을 이용한 도전단을 한두분씩 만나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노란 물레나물과 등골나물,꿩의다리,비비추,산수군,원추리,나리꽃 등 야생화도 서로 설명하면서 올라가니 심심하지가 않습니다
▼ 물레나물
▼ 등골나물(하얀색과 보라색꽃이 있더군요)
▼ 꿩의 다리
산안개가 자욱하고 물방울까지 뚝뚝 떨어지는 계곡길로 들어서니 습한 기운에 온몸이 금방 땀에 젖고 맙니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어두컴컴하고 물기 머금어 몹시 습한 숲길에 방금 다녀간 멧돼지 흔적도 보이고 거미줄까지 쳐져 있으니 '지옥의 묵시록' 촬영장 같은 으시시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바위뒤에서 잽싸게 반바지로 갈아입고 뒤따라 올라갑니다
깊은 산중에 와 있는듯 얼키고 설킨 다래덩굴숲과 S자 나무터널입니다
대피소 근처도 아닌데 이쯤에서 갑자기 한가지 안타까운 장면이 떠 오릅니다
영화까지 제작되었던 아~민주지산...
대피소 근처에 올때마다 그 분들이 악전고투하던 장면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만...
1998년 4월1일 정상부근에서 천리행군중이던 특전사 요원들이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악천후에다 피로누적과 저체온증까지 겹쳐 6명이나 고귀한 목숨을 바친 악명 높은 산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4월이었지만 피로 누적과 방한복 등 겨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발생한 전형적인 환절기 산악사고로 산행교훈의 교과서 역할을 하는 사고중의 하나이지요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곡길 양옆으로는 헛꽃의 대명사 '산수국'이 한창 꽃잔치를 벌리고 있었습니다
토양의 영양분과 PH에 따라 꽃색깔이 달라진다는 산수국...
이곳에는 하얀색꽃과 분홍색 꽃들이 눈에 많이 보이더군요
여태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산수국은 응봉산 덕풍계곡에서 만났던 보석같은 산수국이었습니다...
▽ 창고사진 : 응봉산 덕풍계곡의 보석같은 산수국 사진
각호봉에서 정상으로이어지는 주능선 심거리 갈림길도 못 올라왔는데 이분들은 벌써 정상인증을 마치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안개가 잔뜩 끼여 조망제로... 아무것도 안보여 그냥 내려간다고 합니다
오후 3시에 카풀은 떠나기로 했는데 아마도 하산하여 막걸리깨나 비웠을것 같습니다..ㅎㅎ
이쯤에서 아주머니 몇몇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물한계곡을 묻는것을 보니 칼을 든 장수가 말을 타고 넘었다는
도마령에서 출발하여 각호산을 거쳐 올라오신 분들 같습니다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잘 모르고 오다가 길을 잃어 이제 온다면서 무조건 물한계곡만 묻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합니다...ㅎㅎ
벌써 정상에는 '충청세르파와 함께하는 도전' 이라는 플랜카드가 설치되어 있고 그 동안 여러차례 인사를 드린 이명섭 지역장님과 마라톤 친구인 이정훈 세르파님,여러번 산행을 함께했던 서정필 세르파님, 곶감을 주신 김창현 세르파님,문성식,이장원 세르파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영동산 달콤한 매실주 한잔과 수제 특제품 곶감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정상에서 서로 찍고 찍하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움푹 파인 명당을 찾아 식사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지난번 아침가리골에서 사진을 찍어 드렸던 도전자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십니다. 그 분 일행들과 여기서 콩나물국도 나누어 먹고 깻잎 장아찌 밑장을 젓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서 함께 찢어먹고...ㅎㅎㅎ
다시 정상으로 올라오니 서울,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세르파님들과 도전자분들이 올라와 계시더군요
저를 기억해 주시고 엄청 반갑게 맞아 주시던 허영섭세르파님과 송석호,정선조,이동숙, 소광일세르파님까지....
저도 무지무지 반가웠습니다
▼ 창원의 소광호셰르파님 코에 뭐가 갑자기 들어갔나 봅니다...ㅎㅎㅎ
오늘은 올라오는것도 끝물 내려가는것도 끝물...
인사를 드리고 오던길로 내려가다보니 한옥타브 높은 목소리의 주인공 이상철세르파님과
성주참외(ㅎ) 김태양세르파님도 뒤따라 올라오시더군요
가파른 오르막길에 습도까지 높아 힘드셨을텐테 밝은 모습으로 V자를 그려주시네요
다시 홀림골 갈림길 근처에 오니 날이 좀 개이고 파아란 숲속에 연록색의 나뭇잎들이 살랑거립니다
싱그런 숲과 나무들이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이지요...
코끝에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고 연한 숲내음을 풍기는 것을 보니 분명히 피톤치드(Phytoncide)가 확 퍼지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이제 임도로 내려서니 풀섶의 물기도 햇볕에 말랐는지 보송보송합니다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자연휴양림 근처에서 세수를 하고 혹시나 하고 알탕장소를 찾아 봤지만 식수원 보호구역으로 주변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계곡산행의 진미를 맛보지 못하고 그냥 내려갑니다
풍덩풍덩 계곡물이 그리운 여름철 산행지로는 조금은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ㅠㅠ
사방댐 근처에 도착하니 멀리 자연휴양림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주변 산군 위로 아름다운 구름들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습니다
비록 정상에서 탁 트인 석기봉과 백두대간 삼도봉 능선을 볼 수 없었고 가장 짧은 코스로 다녀왔지만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었던 아름다운 숲길을 함께 걸을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달의 정기산행 민주지산에서 만난 여러 세르파님들과 도전자 여러분 반가웠습니다
특히 충청지역 세르파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15.7.18
풍경소리 이규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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