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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제주권

(No.2015-56) [제주도 1일차 : 한라산에 오르다]

by 풍경감각 2015. 11. 6.

[제주도 1일차 : 11월의 한라산에 오르다]

♡ 코스 : 성판악~사라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성판악
♡ 날씨 : 잔뜩 흐리고 안개까지 끼고 산비가 내림

♡ 일시 : 2015.11.6(금)
♡ 누구랑 : 런너스클럽(마라톤 클럽) 갑장 친구들과 함께 일상탈출..

11월의 한라산에 오르다...

그 동안 마라톤을 함께해 오던 친구들과 2박3일 동안 제주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마라톤 온라인 동호회인 다음 카페에서 만나 거의 15년을 넘게 달려온 친구들이라서 마지막날 제주국제마라톤 출전을 미끼로 대어를 낚았다

 

사실 달리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으로 가장 원시적이며 단순한 몸놀림이지만 달리기의 매력에 한번 빠져들게 되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우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달릴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것이다

집 주변 오솔길이나 야트막한 산길은 물론 한강 둔치에만 나가도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을것이다

가벼운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만 있으면 부담없이 달리기를 시작할수 있는것도 큰 매력중에 하나다

물론 대회에 출전하고 기록을 갱신하다 보면 차츰차츰 마라톤복도 장만하고 쿠숀이 좋은 브랜드 운동화도 구입하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마라톤동호회를 만들고 코치를 초빙하여 훈련도 해 보았지만 재미가 없으면 금방 포기를 하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그럴때마다 '일단 3개월만 달려봐라. 그러면 인생이 달라질것이다' 라고 수없이 격려하기도 하였다

물론 젊은이들은 달리기보다 더 재미 있는 운동이 많이 있기 때문에 쉽게 달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로 커플 달리기나 핑크빛 이벤트 달리기 대회 등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 하기도 한다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5km,10km를 달렸다는 뿌듯함과 자기 만족감 그리고 피니쉬라인을 통과할때 해냈다는 성취감이 묘한 자극을 주기도 한다

물론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땀도 많이 나고 고통스럽지만 골인하고 나서 메달을 목에 걸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다' 라는것을 적나라하게 입증하는 때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록단축이라는 목표가 세워지고 부가적으로 몸무게 감량까지 눈에 띠게 되면 스스로 달리게 된다

우스깨 소리로 가장 먼거리가 이부자리에서 문고리까지라고 한다

문만 열고 운동화만 챙겨 신으면 오토매틱인데 그 거리까지가 환장할 노릇이다

 

보통 다그칠때는 군인정신으로 벌떡 일어나고 농부정신으로 무조건 문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문밖의 새로운 세상...

 

우리 8명은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향해서 제주도로 조용히 츨발하였다

 

 

 

 

 

 

 

<성판악>

 

제주시내에서 성판악으로 달리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한라산 산간도로는 환상적인 단풍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해발 750m인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되어 기념사진을 한방 찍고 정상을 향하여 9.6km를 부리나케 올라가기 시작한다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단풍보다는 굴거리나무가 더 반겨주고 삼나무 숲길의 짙은 피톤치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속밭대피소 4.1km>

 

한국 특산인 제주조릿대가 넓게 펴진 나무데크길과 너덜길을 오르다 보면 깨끗하게 정비된 무인대피소가 나온다

방울 토마토 몇알과 찬 한잔을 마시며 볼일도 보고 본격적인 오름길로 접어든다

 

 

 

<사라악 약수터 1.7km/5.8km>

 

고목나무 사이로 품어져 나오는 약수터가 반겨준다.

오고가는 탐방객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소중한 물이다

 

 

 

 

 

 

 

 

 

 

 

 

<사라악오름 갈림길 0.8km/6.6km>

 

약 0.6km만 올라가면 사라악오름애ㅔ 다다를수 있지만 내려올때 구경하자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하고 바로 하산하고 말았다

 

 

 

 

 

 

 

<진달래 대피소 0.7km/7.3km>

 

이곳에서 백록담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할 시간은 12:00이다

이곳에 도착하니 11시20분경으로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삼천만의 간식 왕뚜껑면은 하산할때 사먹기로 하고 죽어서도 사는 나무인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 멋진 고목들이 누워있는 너덜길을 올라간다

 

 

 

 

 

한편으로는 백록담 언저리의 구상나무들이 자꾸만 고사되어 간다고 하니 멋지게만 볼 수 없는 일인것 같다

백록담을 오르는 가파른 길은 새롭게 정비가 되어 있었고 가운데 하얀색의 로프가 두줄로 설치되어 있었다

 

 

 

 

 

 

 

 

 

 

 

 

 

 

 

 

 

 

 

정상 단체 인증샷이다

 

 

 

 

<백록담에 오르다 2.3km/9.6km>

 

 

백록담에 올라 은하수를 어루만지고 거대한 여신 설문대 할망 전설을 따라가볼라고 했더니 날씨가 방해꾼이로다

성판악 주변의 아름다운 늦가을 분위기는 올라갈수록 스산해지고 안개까지 짙게 드리워지고

오후 비소식에 속도를 내어 11시20분에 진달래대피소를 통과하여 백록담에 오르니 사방천지가 오리무중...

한라산을 처음 올라온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마라톤을 하는 친구들이라 정말 가뿐히 올라온다

백록담 정상석을 보니 작년 12월 100명산 도전중에 만났던 블리자드보다 더 지독한 강풍과 폭설에 귀까지 얼고

배낭카바와 아이젠카바까지 날려보냈던 아픈기억이 떠 오른다^^...ㅠㅠ

한라산 백록담 데크에 앉아 친구들과 차 한잔을 마시며 정상한담(頂上閑談)을 나누고 관음사 코스는 통제중이라서 다시 원점회귀를 한다

 

 

▽ 잊지 못할 작년 겨울 100명산 인증사진이다

 

 

 

▽ 오늘은 이렇게 여유있게 정상에 서다

 

 

 

 

 

 

 

 

 

 

 

날씨가 안좋아지고 하산시간이 다가오니 빨리 내려가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작년 악천후때도 이분의 목소리였던것 같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조난이 우려되니 빨라 하산하라고...ㅠㅠ

 

 

 

 

 

 

 

 

 

▽ 12:00까지 통과해야 백록담을 올라갈수 있는 진달래 대피소 출입통제문이다

 

 

 

진달래 대피소의 삼천만의 간식 왕뚜껑라면에 찬밥 한덩어리를 말아 점심을 해결하고

도란도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조릿대 사이길을 걸어내려온다

 

 

 

 

 

 

 

내려올때 바라본 속밭 대피소 모습이다

 

 

 

 

 

▽ 성판악이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자욱하고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귀포 쌍둥이 횟집을 추가로 포스팅힙니다>

 

 

사실 몇년전 제주를 업무차 자주 드나들때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이 보건식당과 삼보식당의 오분자기해물뚝배기와 성게미역국이었다

물론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 그리고 고기국수와 도마고기도 특별한 음식이었고 주머니 사정이 조금 넉넉할때는 회도 맛을 보았던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쌍둥이횟집과 죽림횟집이었는데 이번에 친구들과 쌍둥이횟집을 찾아가게 된것이다

한때는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다가 먹고 했는데 오늘은 전화를 하니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한다

사실 맛집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고 특정한 상호를 언급하는것을 별로 안좋아하기 때문에 망설였으나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사진을 포스팅을 해본다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나오고 약주는 한라산으로..ㅎㅎ

 

 

 

 

 

 

 

 

 

 

 

 

<에필로그>

 

정상에 올라 선다는것...
비록 30분 남짓 머물다 내려왔지만 기분 좋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귀포 쌍둥이횟집으로 직행하여 한라산소주 한잔에 회포를 풀고

똘이애비 친구가 준비해준 콘도로 이동하며 몇마디 아는체 했다가 나는 졸지에 '제주이장'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ㅎㅎ

흔히 여행이라는 것과 병상에 누워있다는것...

이 두가지 공통점은 '자기자신을 되돌아볼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요

 

비록 짙은 안개로 시야는 제로였지만 백록담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흐린 풍경은

내일 아침 찬란한 해오름을 잉태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2015.11.6(금). 풍경소리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