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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경상권

겨울 지리산 품에 들다

by 풍경감각 2018. 1. 27.

겨울 지리산 품에 들다

 

♡ 일시 : 2018.1.26(금)~27(토) 무박2

♡ 원래코스 : 중산리~로타리대피소~천왕봉~중봉~치밭목대피소~대원사~삼장탐방안내소(21km)

(중봉 방향으로 가다가 종아리 근육경련으로 장터목~중산리로 탈출함)

누구랑 : 해올산악회 도전단과 함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지리산 시인, 오토바이 시인, 낙장불입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원규 선생의 대표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되어 아래처럼 끝을 맺지요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2018.1.27(토) 풍경소리

 

 

 

원래 예약된 육십령~남덕유산~동엽령 백두대간 트레킹이 한파와 인원미달로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고민을 하다가 금요일 밤 10시30분에 혼자 안내산악회 중산리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동절기 입산 허용시간 4시까지 기다렸다가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였으나 아이젠도 차기전에 망바위를 지나자마자

 빙판길에서 몇번 슬라이딩하고 로타리대피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이하였습니다

 

 

 

누구나 붉게 물든 여명이 밝아오면 희망을 갖고 카메라를 꺼내보지만 마음만 바쁜 순간이지요

산행시간이 정해져 있어 후다닥 찍고 뒤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언젠가는 정말 천천히 셔터를 한번 눌러보고 싶네요

 

 

 

해는 떠 오르는데 천왕봉 정상은 칼바람으로 너무 힘들어 바로 아래 포토포인트에서 앵글을 바라봅니다

출사가 아닌 산행이라 삼각대를 가져올수 없어 손각대로 찍어야 하고 손이 너무 시러 장갑을 끼어야 하므로 여러가지로 어렵습니다

 

 

 

 

지리10경의 첫번째는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이라고 하지만

 영하13도에 칼바람까지 불어제껴 장갑낀 손으로 셔터 누르기도 힘들더군요

 

 

 

 

 

정상에는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 몇몇분이 잽싸게 인증만 하고 중봉 방향으로 내달립니다

바람이 없는 중산리 방향과 칠선계곡 방향을 넘나들며 추위를 피해 몇컷 찍어봅니다

 

 

 

 

 

 

중봉 너머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이 조망되고 그 뒤로 남덕유산과 향적봉까지 덕유주능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원래 산행계획이 취소가 안되었으면 육십령에서 출발하여 바로 그 길을 걷고 있었겠지요

 

 

오늘 코스는 중봉과 치밭목산장을 거쳐 대원사로 하산하는 약 21km였으나 중봉으로 가는길에

 설상가상으로 양쪽 종아리에 갑작스럽게 씰룩거리며 찾아온 근육경련이 말썽이었습니다^^...ㅠㅠ

산에서 이런 기분 난생처음이야^^...ㅠㅠ

 

 

 

눈밭에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풀어볼려고 노력했으나 유평리까지 하산시간에 못 맞출것 같아

 중봉 아래에서 다시 백하여 정상을 더 돌아보고 장터목에서 휴식을 취한후 중산리로 하산하고 말았습니다

무리하면 후미를 따라 붙을수 있겠지만 동절기에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지요

 

 

 

견딜만 하면 오지마라고 했는데 못 견디고 찾아간 지리산은 또 하나의 지혜를 던져 주었습니다

조그만 고통이라도 어지간하면 견뎌보라고요^^....ㅎㅎ

 

 

 

어쩔수 없이 치밭목에서 아침식사를 할려고 했으나 장터목으로 변경하고

지난 10월 백두대간 출정식을 거행했던 제단도 둘러보고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 정상주변을 아쉬운 마음에 이리저리 돌아봅니다

 

 

 

바로 저 우측 아래 바위가 여름휴가때마다 고향에 내려와서 지리산에 오를때면

 팔순노모가 싸주시던 옥수수와 도시락을 먹던곳이네요...ㅠㅠ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서 있습니다

이제는 두분다 병석에 누워 계시니 참으로 안타까울뿐입니다

 

 

 

 

 

 

통천문으로 하산하는길에 딱 한사람 젊은청년이 올라오더군요

누구나 하늘로 통하는 이 길을 올라갈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통천문이지만

 지리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말은 안해도 갖가지 사연을 안고 이 길을 통과하겠지요 

 

 

아침햇살에 눈부신 상고대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제석봉으로 가는 오름길 근처에서 다행히 올라오는 분들이 있어 사진을 한장 부탁드립니다

 

 

 

 

 

바람이 눈을 빚어 날개모양처럼 만들어낸 기가 막힌 작품입니다

누군가 날지 못하게 스틱으로 살짝 흠집을 내어 놓았군요^^...

 

 

 

 

 

 

 

눈이 엄청 많이 쌓여 있어 제 닉네임인 '풍경소리'를 한번 적어봅니다

 

 

 

중산리 계곡을 거쳐 산청 경호강과 진주 남강, 광양 제철소 방향으로 펼쳐진 산너울입니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오고가는 산객들이 이따금씩 있어 따뜻한 물도 한컵 마시고 함께 쉬어갑니다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지리주능을 조망하면서 장터목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갑니다

경사진 곳곳에는 눈이 녹아 내려 빙판을 이루고 있어 아이젠도 미끄러울정로도 위험하여 특히 조심을 해야 했습니다

지리산 사계중의 겨울이 전해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찬바람만 쌩쌩 불어 제끼는 장터목 산장도 한가합니다

이곳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혼자 느긋하게 하면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휴식을 취합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빠른속도로 종아리도 회복되어 걷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가뭄으로 식수장은 폐쇄되었고 100여미터 아래 임시 식수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급경사길도 얼어붙어 있고 너무 멀더군요

사전에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거나 대피소에서 구입하는것이 좋을것 같았습니다

 

 

 

 

비록 상고대는 없었지만 더없이 파란 중산리 계곡의 하늘풍경입니다

 

 

 

유암폭포 구간은 바람도 없고 결빙구간만 조심하면 큰 어려움 없이 하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당일 종주를 할때마다 장터목산장 길목에 지키고 서서 철사가 철근될려면 멀었다고

 컷오프시키고 이곳으로 하산시키던 기억이 생생하여 혼자 웃어봅니다^^...ㅎㅎ

 

 

 

유암폭포 근처에서 아이젠도 벗어들고 칼바위 방향으로 서서히 내려갑니다

기온이 상당히 올라가 옷도 하나 벗어버리고 칼바위 갈림길에서 쉬었다갑니다

 

 

 

중산리 탐방안내소까지 안전하게 하산하여 옷도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대원사 아래 유평리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일행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갑니다

 

지난 10월에 로타리산장에서 일출을 구경하고 정상에 올랐다가 단풍구경을 하면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던 때와

 너무나도 다른 느낌으로 겨울 지리산을 둘러보고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바람이 불더라도 견딜만하면 견뎌보자구나^^...ㅎㅎ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