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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야생화

억새숲에 기생하는 '야고'를 찾아서....

by 풍경감각 2020. 9. 14.

억새숲에 기생하는 '야고'를 찾아서....

 

'난지도'는 예로부터 샛강이 흐르고 수양버들이 늘어서 '중초도'와 '압도'라고 부를 정도로 낭만적인 꽃섬으로 '난초'와 '지초'가 무성했다고 합니다. 70년대 새나라택시 타고 남산으로 신혼여행 가는것처럼 이곳도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릴 만큼 아름다운 섬이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급속한 서울의 팽창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난지도는 1978년 서울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되었고, 15년간 9200만톤의 쓰레기가 매립되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98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커다란 두개의 쓰레기산으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1980년대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난지도 사람들'이라는 논픽션과 여러편의 소설이 발표되었고, 1993년도에는 쓰레기 수용 한계량을 초과하여 폐쇄되었지요.

 

그 이후 단 한차례 삼풍백화점 붕괴잔해를 매립한적이 있는데 난지도 안에 백화점 한채가 들어가 있는 셈이지요. 의정부 출장 가던날 바로 앞에서 무너져내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범 붕괴 등 그 시대 산업화의 아픈 단면을 보여주는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더군요

 

1996년도부터 안정화 사업이 시작되었고 2002년 상암동 서울월드컵 경기장이 건설됨에 따라 2000년11월부터 공원 조성화 작업을 거쳐 2002년 5월에 월드컵공원이 완공됩니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등 4개의 공원으로 나누어지며 특히 하늘공원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억새, 갈대, 띠 등을 제주도 등에서 옮겨 심어 지금은 가을이 되면 은빛억새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재탄생하였지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야고'는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야생화입니다

 

바로 하늘공원을 조성하면서 제주도 등지에서 옮겨심은 억새와 함께 야고도 따라와 이곳에서 매년 9월이 되면 하나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것이지요

 

꽃모양이 담뱃대와 비슷하다고 하여 '담뱃대더부살이'라고도 부르며 갈대와 억새는 물론 양하와 사탕무우에도 기생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고'의 셋방살이..... ㅎㅎ

 

아파트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에 하늘공원의 야고는 일찌감치 서울로 이사를 하여 근사한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셈이네요

 

오늘도 하늘공원의 억새와 야고처럼 서로 돕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위로하면서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9.10(목)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