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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풀코스

2014년 춘천마라톤 50회 완주기

by 풍경감각 2014. 10. 26.

 

<마라톤 풀코스 50회 완주기와 윤영수 아우 첫 풀코스 동반주 이야기>

 

2014년 춘천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우연히 달리기에 입문하여 그해 처음으로 춘천에서 10km를 달렸고, 그 이듬해 첫 풀코스 머리를 올렸고, 3년뒤 3시간 30분대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10회 이상 완주한 런너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전당에도 등록되었으니 춘천은 나에게 "마라톤 고향"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아마츄어 마라토너들에게 춘천은 가을의 전설을 만드는 마라톤 성지로 불리워질 정도이니까요

삼악산 단풍터널과 의암호반을 한바퀴 돌아오는 환상적인 코스와 교통통제 그리고 대회운영도 매끄럽고 주로 곳곳에서 바가지에 물을 떠다가 손에 들고 서 있는 주민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올해는 100명산 도전중인 윤영수아우님의 첫풀코스를 동반주하느라 기록은 저조했지만 개인적으로 50번째 풀코스를 완주하게 되어 대단히 기쁜 마음이고 앞으로 100회 완주의 꿈을 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5km이후 아우가 너무 힘들어 하여 구령도 맞춰주고 뒤태^^도 실컷 보여주며 어르고 달래며 끝까지 매달고 완주를 하였습니다

 

춘천댐 30km지점쯤 마라톤 벽에 부딪쳐 상체와 하체가 갑자기 분리된듯한 고통과 갈증 그리고 배고픔을 참아가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준 아우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 대견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명산순례를 하면서 산을 제대로 알게 되었겠지만 마라톤 첫 풀코스를 달리면서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다본 오늘이었기에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바깥양반들 내일부터 동네라도 한바퀴씩 달리게 하시면 체력짱 건강짱 만들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ㅎ

 

앞으로 사위를 보시려거든 풀코스 완주증을 반드시 지참하라고 하시면 체력과 정신력은 검증된것이니 이것

또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ㅎ

 

그래도 이것저것 다 싫다 하신분들께는 제가 오늘 만든 "신이 내린 보약 한첩" 씩을 사진으로 만들어 아래와 같이 보내드리니 구경하시기 바랍니다^^..ㅎ

 

윤영수아우 마라톤 첫 완주 축하하고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도 머리숙여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규영

 

 

 

 

 

 

 

▽ 아침식사 : 서울에서 5시30분쯤 아우님을 픽업하여 공지천 근처에 7시쯤 도착하였습니다

   탄수화물을 축적하기 위하여 집에서 챙겨간 찰밥과 된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생동감과 긴장이 넘쳐흐르는 대회장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하여 한바퀴 돌아봅니다. 아우님 왈~ 이런 세상도 있었군요^^..ㅎ

 

 

 

 

▽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다음 카페 "런너스 클럽" 부스로 함께 이동하여 반갑게 인사하고 아우님도 소개시켜 줍니다

    오늘 첫 머리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달리기 하는 런너들이 아낌없는 격려와 힘을 불어 넣어줍니다

    단체로 기념촬영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일자리 창출 방송사 카메라 요청으로 화이팅과 힘을 여러번 외쳐 봅니다

    열띤 분위기에 고무된듯 아우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 출발 대기 장소와 물품보관소로 이동하여 아우님에게 구경을 시켜주고 한껏 분위기도 띄워주니 기분이 좋아라 합니다

   

 

 

 

 

 

 

 

 

 

 

 

▽ 스타트 라인에 서서....

    나는 F그룹에 배정되었지만 아우님과 동반주를 해야 하므로 H그룹을 따라 뒤에서 출발합니다

    9시에 선두그룹이 출발하고 나서도 30분 정도 지나서야  H그룹이 출발하는데 그 동안 함께 달려온 많은 동호회원들과 지인들을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눕니다

    평소에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아우님 많이 긴장되었는지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그래 아우님은 분명히 할 수 있어요!!!

    내가 이끌고 밀어 줄테니 나만 따라 오세요~~

    마라톤대회 명사회자 배동성씨의 신호에 맞추어 5..4..3..2..1..꽝...

    드디어 삐.. 챕피온 칩 매트를 통과하며 105리길을 출발합니다

 

 

 

 

 

 

 

 

 

 

 

 

 

▽ 주로 풍경들...

    초반 오버페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구간 기록도 체크하면서 아우님 숨소리와 발소리에 귀기울이며 페이스를 조절해 나갑니다

    자칫 분위기에 휩싸여 달리다 보면 금방 오버페이스에 걸려 후반에 엄청 힘들어 하게 되거든요... 

    급수대에서 물 먹는법도 알려주고 잠깐씩 스트레칭도 하면서 가볍게 달려 나갑니다

   

    5km지점을 통과하니 멀리 의암댐이 보이고 안개가 휩싸인 삼악산이 몽환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단풍길을 따라 터널속을 통과하며 함성도 질러보고 신연교를 지나면서 정말 멋진 의암호반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건너편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마라톤 행렬과 괭과리를 치며 응원해 주는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한마당이 연출됩니다

 

    삼악산 능선에서 바라보던 붕어섬을 가까이 스쳐 지나가면서 명산에서 만난 귀한 인연이 참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이곳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 가끔 목도 축여 가면서 잘 달립니다

 

    그러나.... 19km쯤 지나가더니 갑자기 서 버립니다^^....ㅠㅠ

    이런 십리도 못가 발병 난다더니^^..ㅠㅠ

 

    잠시 옆에서 같이 걸어주면서 몸상태를 물어보니 왼쪽 발목과 고관절 부위가 너무 아프답니다

    운동화끈도 확인해 주고 급수지점에서 파워젤도 먹으라고 권해 주고 컨디션이 회복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써 봅니다

    하프 지점도 통과 못하고 걷기 시작하면 제한시간 6시간내에 골인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칫 중도포기하고 분리수거되어 회수용 버스를 타야 하는 불상사도 생길수가 있어서 명산 기행하면서 칡잎으로 가렸던

    뒤태 이야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며 일단 매달고 갑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마라톤 동호회 끝물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내 궁뎅이를 한대씩 갈겨주고 힘을 외쳐 줍니다

 

 

 

 

 

 

 

 

 

 

 

 

 

 

 

 

 

▽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102보충대 아들같은 신병들이 도열하여 응원하던 구간을 힘들게 슬로모션으로 달리더니 그만 드러누워 버립니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천근만근이랍니다^^...ㅎ

    쪼그려 앉아 스트레칭도 시켜주고 옛날 푸른제복 시절 이야기도 해가면서 힘을 북돋아 주었으나 아우님은 서서히 회복불능의

    그렁~ 크르렁~ 클클~ 엔진이 자꾸 꺼지는 소리를 내면서 고물차가 되어 갑니다

 

    소양2교 지나 소양강 처녀도 못 보고 폐차를 시켜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져 갑니다

 

    마치 내가 견인차라도 된양 허리도 밀어보고 구령도 부쳐 가면서 땡겨 보기도 하지만 걷기만 할뿐 도무지 달릴 생각을 안합니다

 

    이때쯤이면 세살짜리 어린 아이가 새끼 손가락으로 밀어도 푹 쓰러진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힘든 마의 구간이기도 하지요

 

     보통 정상적인 런너들이 달리다 보면 15km쯤 기분이 업되어 무아지경에 이른다는 런너스 하이(일명 런너스 오르가즘)는 커녕

    고통을 불러주는 호르몬만 펑펑 쏟아지는것 같습니다^^..ㅎ

 

     가자 가자 한발짝이라도 가보자^^..으응

 

 

 

▽ 난 앞에 달려나가 어서 오라고 손짓도 해보고 자유 발언대에 서서 윤영수 힘내라고 외쳐도 보았지만 들리지도 않았을것입니다

    나도 걷다 뛰다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했더니 생전 처음으로 사타구니 양쪽 근육에 쥐가 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라도 한마리 보이면 안아주고 갈텐데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ㅎ

 

    드디어 샤워 부스를 지나 동호회 응원 부스에서 음료를 한잔 얻어 마시고 콜라 한잔을 권했더니 너무 힘들어 마시기가 싫답니다

     세상만사 다 귀찮아 하는 모습을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ㅎ

 

 

 

 

 

 

 

 

 

▽ 다행히 카메라 쵤영 포인트를 알려 주면 죽을힘을 다하여 몇 발자국 달립니다

    그래도 대견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먼 훗날 인생을 살아가는데 오늘이 큰 힘이 될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소양2교를 지나 드디어 소양강 처녀를 만납니다

    우리 유대장님이 꼭 손한번 잡아주고 오라고 했는데 매년 이맘때쯤이면 13번째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그 처녀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를 않습니다

 

 

 

 

 

 

 

 

 

▽ 이대로 가다가는 제한시간을 오버할것 같아 아우님 궁뎅이를 한대 때려 줍니다

나의 50회 완주기록과 아우님 첫풀코스 완주가 불과 몇초 사이로 날랄갈수 있다고 하니 특유의 인상을 쓰며 달려보지만 몇발자국 못 가서 퍼지고 맙니다.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좀더 강하게 밀어부치며 닥달합니다. 어쩔수 없습니다. 그래야 골인점에서 완주의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릴수 있을테니까요...

 

1km정도 남은 지점부터 골인 사진이 잘 나오록 옷 매무새도 살펴주고 환하게 웃고 손을 들고 들어가다가 마지막에는 나와 손을 맞잡고 달리라고 이야기 해주고 젖먹던 힘까지 쏟아냅니다

 

왼손목의 마라톤 시계를 보고 랩타임을 보니 다행히 몇 분 차이로 제한시간안에 완주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골인합니다

 

아우님 눈물은 왜 흘리는거야^^...ㅎㅎㅎ...

 

 

 

 

 

 

 

 

 

 

 

 

▽ 운동화에서 칩을 풀어 반납하고 시상대에 세웁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바로 아우님이야 아우님....

    싸나이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감격에 겨운지 완주메달을 지긋이 깨물어 봅니다

    아우님 정말 수고 했어요

    그리고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 축하해요

    인생은 마라톤 그리고 정직한 운동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오늘이 정말 소중한 하루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오

    아우님 사랑합니다

 

 

 

 

 

 

 

 

 

 

 

2014.10.26(일)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