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라톤/풀코스

51번째 마라톤 여행

by 풍경감각 2015. 10. 25.

 

춘천마라톤의 전설...]

 

삼악산 단풍은 의암호에 물들고

런너들의 거친 숨소리와

뜨거운 땀방울은 42.195를 촉촉하게 적셨다

 

♡ 일시 : 2015.10.25(일)

♡ 코스 : 공지천~송암스포츠타운~신연교~삼악산 입구~박사마을~서상대교~춘천댐~102보충대~소양2교~공지천

♡ 누구랑 : 마라톤신과 함께...

 

 춘천마라톤은 개인적으로 마라톤성지와 다름없다

2000년 첫풀코스 머리를 올린대회..

2003년 3시간37분으로 개인최고기록을 세운 대회..

올해는 51번째 풀코스 도전이고 13번째 춘천마라톤 대회 출전일이기때문이다

 

근래 들어 명산기행을 하면서 달리기 훈련을 제대로 못하여 제한시간인 6시간내 완주를 목표로 정하고 5시30분경 느긋하게 춘천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 동안 너무나 훈련을 안한탓에 도중에 쓰러지거나 포기할까봐 그런다며 여러번 말려도 옆지기가 따라 나선다

배번 뒷면에 응급 연락번호와 혈액형까지 적어주며 힘들면 10km만 달리고 들어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걱정을 먹고살아야 하는 초라한 달림이로 전락했는지 착잡한 심정이다...ㅎㅎ

 

정말 오늘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려야 하겠다...

 

말 그대로 토끼에서 거북이로, 거북이에서 달팽이로, 달팽이에서 굼벵이로, 굼벵이에서 관광모드로 무한변신(ㅎ)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에는 관절보호모드로 전환하여 걷기도 하고...ㅎㅎ

 

 

[골인후 생생한 모습]

 

기진맥진해야할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셔츠에 땀도 말라버렸는지 골인후에도 보송보송하고 쌩쌩하다..ㅎㅎ

 

 

[출발전 풍경 스케치]

 

대회장 인근인 공지천 골목길에 주차를 해놓고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친후 한바퀴 돌아보니 벌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대회출전자들과 가족들로 북새통이다

오래전부터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마라톤클럽 부스를 찾아보니 다른때와 달리 골인점 250여미터 후방에 설치하였다고 하여 다소멀고 복잡하여 포기한다

다시 차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바셀린도 바르고 출발점으로 가서 사진도 찍고 몸을 풀다가 서서히 출발한다 (앞사진 4장은 동호회 클럽에서 퍼옴)

 

 

 

 

 

 

 

 

 

 

 

 

 

 

 

[자....출발이닷]

 

꽝...푸지직...요란한 폭죽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엘리트 선수들과 앞선 조들에 이어 챔피온칩의 삐 소리를 들으며 F조에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주로에 서면 종종 애틋한 인간승리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오늘은 휠체어에 의지한채 가을공기를 마시며 함께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띤다

특히 등뒤에 자녀들의 이름과 수능대박이라고 써 붙이고 달리는 수험생 부모들의 모습은 간절한 소망을 품고 달리는 심정을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었다

 

 

 

 

 

[춘클리찌와 삼악산을 지나며...]

 

초반부터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면 송암스포츠타운이 나오고 의암호와 건너편 삼악산을 바라보며 춘클리찌 옆을 지나 굴다리와 신연교에 이른다

굴다리를 지날때 함성소리와 아름다운 의암호반을 배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마라톤 행렬은 매번 신문기사 1면의 메인화보로 등장하기도 한다

 

 

 

 

 

삼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신연교를 달린다

우측 커브길에 런클 동호회 작가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고

10월초 영남알프스 종주하면서 신불산에서 만난 부산런너스클럽 순대님도 사진봉사를 하고 있어

 너무나도 반가움에 달려가서 이산가족 상봉하듯 포옹을 하고 또 달려나간다

 

▽ 신불산에서 만난 순대님(창고사진)

 

 

 

▽ 부산 순대형이 찍어준 사진이다

 

 

 

▽ 런클 사진봉사의 대표작가 큰산님이 순간포착을 해 주셨다

매번 대회때마다 하루종일 쭈구리고 앉아 사진을 찍어주고 정리하여 올려주시는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여기가 삼악산 상원사 입구다

끝없이 이어지는 마라톤 행렬을 따라 건너편 굴다리 함성소리도 들으면서 나만의 페이스대로 달려간다

 

 

 

[드디어 절반을 달려왔다]

 

5km마다 설치된 급수대에 들러 물도 한모금씩 마시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하프 반환점에 도착한다

이온음료와 쵸코파이를 하나 먹고 나니 몸은 여기에서 딱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에휴...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멈출수는 없지...

이온음료컵을 지그시 밟아주면서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 니들이 쵸코파이맛을 알아^^...ㅎㅎㅎ

한개는 우측 주머니에 챙겨놓고...(나중에 30km지점에서 자원봉사중인 학생에게 줬지만...)

 

 

▼ 런클 백손님이 나도 모르게 찍어 주신 반환점 사진이다

 

 

 

 

 

[춘천댐을 향하여]

 

서상마을을 지나면 길고긴 춘천댐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엘리트들은 승부수를 던지지만 많은 아마큐어들은 여기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벌써 앞선 그룹은 춘천댐을 지나 건너편에 긴 행렬을 이루며 저만큼 달려나가고 있다

 

30km지점인 그곳은 바나나가 있는 중간급수 지점이고 스프레이 존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올해 80세 기념마라톤 출전중인 이혜영 선생과 동반주를 하는 동호회 사람들과 가끔씩 함께 달려본다

 

 

102보충대 장병들이 열띤 응원을 하면서 만든 인간터널이다

민간인과 하이파이브 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아들같은 장병들을 안아주고 사진을 찍어본다

 

 

[자유 발언대에 서다]

 

이곳은 마의 34km지점 자유발언대이다

어치피 잘 달리지도 못하고 관광모드로 접어들었으니 해볼것 다해 보고 가자는 심정으로 되돌아와 자유발언대에 서서 한마디 하고 간다

곰순아...까칠아 싸랑한다..ㅎㅎ

 

 

 

 

36km지점을 통과하면 샤워터널이 나온다

어허...시원하다

 

 

 

▽ 런클 클럽 포토존에서 순대님이 시계를 가르키며 왜 이제 오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한컷 찍어 주신다...ㅠㅠ

 

 

 

 

아름다운 소양2교다

지나가는 학생을 불러 사진을 부탁하니 죽어라 달리기는 안하고 사진만 찍냐는 눈치다...ㅎㅎ

 

 

벌써 13번째 매년 가을마다 눈길을 마주치는소양강처녀 상이다

 

 

런클 동호회 부스를 지나오면서 드디어 한소리 듣는다...

오다가 자고 왔냐고....기왕 늦은거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고 가란다...ㅠㅠ

 

 

공지천 8차선 도로를 따라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드디어 골인한다

긴 시간 달렸으니 본전은 제대로 뽑은 셈인가?

결국 마라닉(마라톤+피크닉)이 되어버린 51번째 완주...

시간을 확인해보니 제한시간 1분 24초전에 골인했다...ㅋㅋ

 

 

 

 

 

 

 

[한마디 말]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다

반드시 훈련한 만큼 대가를 지불해 주고 '런너스 하이'라는 오르가즘도 선물해 주지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한다

심지어 마라톤벽이라고 하는 상하체가 분리된 느낌으로 지옥을 다녀온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도전은 아름답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큰 고통을 동반한다

 

아무리 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마라톤신께 반성하고 싶다

금번 대회 출전은 제한시간내 펀런 모드의 완주로 만족했으니

 다음 대회를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함께 달리면 아름다운 세상...

 

2015.10.25. 풍경소리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