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레킹/산성탐방

한양도성 순성가세

by 풍경감각 2016. 1. 10.

 

[ 한양도성 순성가세...]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러 온 유생들은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해가 뜰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도성을 한바퀴씩 돌아보고 했다.

인왕산 등 내사산과 도성을 한바퀴 순성하면서 그 당시 선비들은 궁궐을 바라보며 장원급제의 꿈을 다졌으리라...

 

도성돌기는 과거 시험을 보러 오는 유생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지만 그후 일반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봄과 여름이 되면 짝을 지어 삼삼오오 도성을 한바퀴 돌며 성 안팎의 풍경을 구경하게 되었고

이렇게 도성을 한바퀴 도는 산책은 '순성놀이'라는 이름의 전통놀이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도성 곳곳이 헐리고 사라져서 순성놀이의 전통도 끊어졌다고 한다.

 

근래에는 끊겨진 성곽들이 70%이상 복원되고 북악산까지 개방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순성을 하는 탐방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블랙야크 도전단들과 함께 '달빛 아래 순성놀이'라는 테마로 비를 맞으며 남산구간을 걸었고

 낙산과 북악산 트레킹, 정동길 걷기등  코스별로 나누어 역사문화탐방을 하면서 보고 듣고 배웠던 조각들을

 이번에 한줄에 꿰어 맞추며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해 보았다.

 

하루에 걷기에는 다소 긴 거리지만 새해 목표를 세우고 장원급제라는 청운의 꿈을 꾸었듯이 한양도성을 한바퀴 도는 순성놀이도

 아름다운 도전자들이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고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양도성(漢陽都城)이란?]

 

서울 한양도성(漢陽都城 ; Seoul city wall)은 조선의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조선을 건국(1392년)한 태조 이성계는 1394년 10월 도읍을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기면서 태조의 명에 의해 정도전이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內四山)' 즉 백악산,낙산,인왕산,목멱산(남산)의 등줄기를 성으로 이은 것이 '한양도성(漢陽都城)'이고

1396년(태조 5)에 총 연장 59,500척(尺) 즉 약18.2km에 이르는 성터를 확정하고

 전국에서 11만8070명을 동원하여 1396년 1월 9일~ 2월 28일까지 49일간에 걸쳐 축성을 하게 된다.

그 이 후 세종과 숙종때 대대적인 성곽보강이 이루어졌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양도성 너머 사방 10리까지를 성저십리(城底十里)라고 하는데 현재 서울 경계와 비슷하며

성저십리 밖에는 '외사산(外四山)' 이라 하여 북한산, 아차산, 덕양산, 관악산 이 한양을 둘러싸고 있다.

 

 

[ 순성 배경 ]

 

매년 새해를 맞이하여 친구들과 신년산행을 해오던중 금년에는 한양도성을 순성하자는 의견이 있어

마침 종로구청에서 도성을 담당하셨던 회원이 있어 그분을 모시고 함께 하기로 하였다.

그 분이 도성길 안내와 전반적인 주변 해설을 해 주어 큰 도움이 되었고

성문과 성곽에 얽힌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대로 해설을 해 주었다.

잘 알려진 성곽의 시대별 축조방식과 근총안과 원총안, 각자 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외에도

 성곽의 어깨선 아래 줄이 파여 있어 빗물이 땅으로 바로 떨어지게 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코스는 서대문역4번출구>경교장에서 출발하여 가장 힘들다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먼저 탐방하고 낙산과 남산코스를 탐방하였는데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던것 같다.

특히 남산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숭례문의 아경을 구경하고 안전하게 정동길로 접어들수 있어 이 코스를 적극 추천한다.

역으로 도는 코스도 괜찮지만 마지막 창의문에서 인왕산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 험하고 지친상태로 훨씬 힘이 들어 포기할수도 있기때문이다.

만일 가족과 자녀들과 함께 하면서 힘에 부친다면 코스별로 나누어 순성을 하는것도 괜찮을것이다

 

그 동안 블랙야크 역사문화 탐방이 없었던 인왕산 코스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보고

 나머지 코스는 '마운틴북>스터리'를 검색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 일시 : 2016.1.10(일) 09:30~18:20 (약 9시간)

 

♡ 누구랑 : 마라톤 런너스클럽 동갑내기 친구들과 종로구청 한양도성 안내자 및 선후배(총9명)

 

♡ 코스 : 경교장~인왕산~윤동주문학관~북악산~혜화문~낙산공원~이화동벽화마을~흥인지문~남산~숭례문~경교장(약23km)

 

 

 

[ 우백호 인왕산 코스 : 경교장~홍난파선생가옥~인왕산~윤동주문학관~창의문]

 

▽ 돈의문터>경교장 출발 모습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선생이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하였던 역사적 장소로

1949년 6월 26일 김구선생이 집무실에서 안두희(安斗熙)의 흉탄에 의해 서거하신 곳이기도 하다.

강북삼성병원 응급실 입구 보안실에서 한양도성 안내도 및 스탬프 완주인증을 받을수 있다

 

 

 

▽ 홍난파 선생 가옥

 

홍파동 가옥은 1930년에 독일 선교사가 지은  기와를 얹은 벽돌조 서양식 건물로 작곡가 홍난파 선생(1898~1941)이 인수하여 6년간 말년을 보낸 집이다.

 ′봉선화′, ′고향의 봄′ 등을 작곡한 홍난파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이 주택은 1930년대 서양식 주택 특성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크며 성곽만 따라가다보면 놓칠수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휴일은 개관하지 않아 자료실과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내부는 구경할수가 없었다.

 

 

 

▽ '옥경이 슈퍼'로 유명해진 이곳에서 용무를 보고 본격적인 인왕산 성곽길로 올라간다

 

 

 

▽ 인왕산 호랑이

 

서울을 굽어보고 있는 '인왕산 호랑이'는 예로부터 평민은 감히 범접할수 없는 대단히 무서운 것을 비유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한양이 무섭다고 하니 과천부터 벌벌 긴다' 라는 말도 있듯이 인왕산이 왕을 노려보는 형국이라서 그러하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은 카메라 각도만 그곳으로 들이대지 않으면 올라가서 한양을 굽어볼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세상인가 하노라...ㅎㅎ

 

참고로 인왕산의 한자는 '인왕산(仁王山)'이다.

일제가 '인왕산(仁旺山)'으로 바꾼것으로 관광안내 자격시험의 단골 츨제문제라고 한다

 

 

▽ 인왕산 치마바위 유래

 

7일만에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난 단경왕후 신씨...

 

'전하께서 나를 생각하며 인왕산을 바라본단 말이더냐?'....

 

1506년 연산군의 폭정에 의거 중종반정이 일어났다.

 중종의 비 신씨는 익창부원군 신수군의 딸로 신수근은 중종반정때 죽었다.

박원종 등 반정공신들은 역적의 딸 신씨를 폐하기를 간청하여 결국 폐하였다.

 

당시 19세 밖에 되지 않은 중종은 궁궐에 들어온지 7일만에 사가로 내쫓긴 옛 왕비가 그리워 경회루에 올라가

인왕산 기슭에 있는 신씨집을 물끄러니 바라보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신씨는 그 소식을 듣고 궁궐안에서 즐겨입던 붉은치마를 인왕산 높은 바위에 걸어놓았고 이것이 치마바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씨는 평생을 홀로 살다가 1557년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영조때 복위되어 '단경왕후'라는 시호를 받았다.

 

사실 세종의 장인 심온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는데도 소헌왕후에게는 죄를 묻지 않았다며 사림들이 신씨의 복위를 주장한적도 있었지만

역시 훈구파의 세력에 밀려 중종은 조강지처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았다

치마바위의 애틋한 이야기는 피비린내 나는 정치의 뒷맛을 보는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 윤동주 문학관

 

인왕산을 내려와 한옥으로 만든 독서실을 안내 받고

윤동주 시인 언덕에서 '서시'도 읽어보고 사직공원과 청운동 일대 풍경을 감상하면서

 부암동에 있는 '운수 좋은날'의 현진건의 옛집터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재학 시절 이곳에서 가까운 누상동(현재 옥인동)에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후배 정병욱 시인)과 함께 하숙생으로 살았으며

그 당시 그의 대표작인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의 작품을 남겼다.

물탱크를 재활용한 영상실과 수도가압장 건물을 수리하여 약간 감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별헤는 밤의 하늘을 볼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문학관 내부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쉽게도 마음속으로만 담아와야 했다

 

청운동 일대는 명문사대부들의 거주지로 '겸재 정선'도 이곳에 집이 있어 인왕산을 바라보면서

 국보 216호인 '인왕제색도'를 완성하였다고 하니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 아닌가 한다

 

 

 

 

 

 

 

 

[ 북현무 북악산 코스 : 창의문~북악산~1.21사태 소나무~청운대~말바위안내소~숙정문~북정마을~혜화문]

 

▽ 창의문 (자하문)

 

이 곳은 풍수지리상 지네를 닮은 형국으로 반달형 무지개 월단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고 닭발을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와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의 공신들의 현판 이야기와 창의문 유래 즉 1956년에 이 문을 보수할 때 장여 속에서 묵서(墨書)가 나왔는데

 여기에는 '1741년(建隆 6) 6월 16일에 상량(上樑)을 하였다' 고 적혀 있어서 건립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는 등 

짧은 지식이지만 직접 해설을 해 주고 안내소로 올라간다

 

 

▽ 자북정도(紫北正道)

 

창의문 안내소를 지나 북악산 한양성곽을 조금 타고 가다보면 자북정도(紫北正道)라는 표지석이 나오는데

한자를 잘 모르는 학생들인지 'O비정O' 이라며 떠드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수 밖에 없었다.

하긴 요즘에는 이름 석자도 한자로 못 쓴다고 하니 이일을 어찌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최소한 생활한자 정도는 병기하여 교육을 하면 좋을텐데...

 

참고로 '자하문 북쪽의 정의로운 길' 이라고 해석되며 박정희 前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한다.

 

 

▽ 백악산(북악산)

 

 

▽ 1.21사태 소나무의 총탄자국

 

 

▽ 성벽에 새겨진 각자들...

 

 

 

▽ 광화문 육조거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청운대...

 

 

▽ 숙정문(북대문)

 

 

▽ 말바위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성북동 비둘기'도 읇조리며 '삼청각'과 '길상사'를 성곽너머로 구경하고

 북정마을을 지나 유명한 연탄불고기집과 왕돈가스집을 찾았으나 줄이 너무 길어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혜화문까지 걸어간다

 

 

 

 

 

[ 좌청룡 낙산 코스 : 한성대입구역~낙산공원~이화동벽화마을~도성박물관~흥인지문 ]

 

▽ 낙산순성길에 올라가기전에 한성대입구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이곳에서 유명한 나몰레옹빵집에 들러 빵 한꾸러미를 사서 나중에 이화동 정자에서 맛있게 먹었다

 

 

▽ 장수마을은 성곽아래 골목길과 집들이 특이하게 배치된 마을로 알려져 있다

 

 

 

▽ 성곽어깨 아래 길게 홈이 파져 있다기에 직접 만져 보고 있다

 

 

▽ 옛날로 돌아가 여교시절 교복을 입은 탐방객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이화동벽화마을을 한바퀴 돌고 나온다

 

 

▽ 이화동벽화마을

 

 

 

▽ 도성박물관과 흥인지문

 

 

 

[ 남주작 남산 코스 : 동대문~동대문운동장~광희문~장충체육관옆~국립극장~남산~숭례문~정동길~경교장]

 

작년 7월에 에 달빛 트레킹때 역사문화 탐방을 한 구간이다

 

 

▽ 오간수교에서 바라본 청계천 오간수문

 

 

▽ 동대문운동장과 DPP조명들....

 

 

▽ 이간수문

 

 

▽ 신당동의 유래와 중인들이 모여 살던 대장간과 한양공고 이야기와

당시 시체가 나가던 문으로 광희문을 설명하자 흠칫 놀라고...ㅎㅎ

 

 

▽ 반얀클럽 뒷길을 향하여...

 

 

 

▽ 국립극장

 

 

▽ 남산성곽길

 

 

▽ 서울 지리적 중심점

 

 

 

▽ 팔각정

 

 

▽ 목멱산 봉수대

 

 

▽ 남산 일몰 풍경

 

 

 

 

▽ 어느 노인의 망령으로 불타버렸던 숭례문의 복원된 야경 모습이다

 

 

 

▽ 초저녁에 걷는 정동길 풍경들을 담아본다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이화학당,구러시아공관,중명전,정동극장,덕수궁돌담길 등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의 역사의 현장으로

지난번 블액야크 역사문화 탐방을 할때 기억이 생생하여 그때 올렸던 스토리를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 정동제일교회 불빛을 보니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울려퍼지는것 같다

 

 

 

▽ 경교장으로 다시 돌아와 스탬프 탐방 인증과 완주뱃지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튼튼한 두다리로 먼길 순성하느라고 친구들아 수고 많았다다...

 

 

 

[ 맺는말 ]

 

새해가 돌아오면 해맞이도 가고 신년산행을 하면서 목표를 세우고 각오를 다지기도 할것이다.

한양도성 전문가를 앞세우고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원급제의 꿈을 그리던 유생들의 흔적을 찾아

마라톤을 하면서 땀흘리던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한 순성놀이라서 더욱 즐거웠고 큰 의미가 있었다

 

사람이 태어할 때 이러한 속설이 있다고 한다

 

서풍이 불면 검소한 사람이 태어나고

 남풍이 불면 사치스러운 사람,

북풍엔 전사(戰士)가,

 동풍엔 부자가,

 그리고 바람이 없는 날엔 바보가 태어난다....

 

올해는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좋은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람 불어 좋은날도 있고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귓가에 부는 바람은 우리에게 필요한 자연현상이지만

가슴에 부는 바람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신바람나는 올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꽃피고 새가 우는 봄날 다시한번 순성놀이를 가고 싶네요

 

2016.1월.  풍경소리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