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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해외산행

희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5일차 이야기

by 풍경감각 2019. 10. 15.

[희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5일차 이야기]

 

♥ 주요일정 : MBC출발(3700m) ~ ABC도착(4130m) ~ MBC ~데우랄리롯지(3230m)~ 희말라야 롯지(2920m)

 

 

오늘이 희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라가는 D -Day다. 어제 저녁에는 운무가 덮여 전혀 보이지 않던 안나푸르나 산군들이 달빛에 어슴푸레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마차푸차례의 생선꼬리를 닮은 봉우리가 바로 눈앞에 우뚝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안나푸르나의 장엄한 일출을 보기위해 3시에 기상하여 죽을 한그릇씩 먹고 새벽 3시40분경 MBC를 출발한다. 약 2km 거리를 천천히 2시간 정도 걸어올라가라고 했지만 컨디션이 좋아 속도를 내본다. 마차푸차레 봉우리에 카메라 초점을 맞출수 없어 핸드폰으로 몇장 찍고 올라간다

 

 

드디어 안나푸르나 영봉위로 금빛 햇살이 서서히 물들더니 절반 정도를 찬란하게 물들이고 마차푸차례 꼭대기로 빛갈림이 작렬한다. 희말라야 신이시여!!! 나마스테!!! 경이롭고 신비한 바로 이 순간의 ABC 풍경을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었으리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표지판을 배경으로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니 추위가 엄습하여 동계바지를 껴 입는다. 

 

 

좌로부터 희운출리와 안나푸르나 남봉과 1봉과 3봉 강가푸르나와 마차푸차례의 설산들을 눈과 카메라에 가득 담아본다. 후발대가 도착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희말라야에 영원히 잠든 지현옥 산악인의 추모비에 묵념을 하고 박영석대장 추모비로 향한다.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다가 갑작스런 눈사태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박영석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추모비 앞에 술한잔과 담배 한모금을 올리고 묵념을 한다. 바로 앞에 서있는 안나푸르나 남벽 아래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그 분들을 생각하며 고개 숙여 묵념을 했다.

 

 

아직도 100여명의 한국 산악인이 잠들어 있는 희말라야!!! 바로 옆의 희운출리(6441m)는 2009년 충북산악구조대 민준영, 박종성 대원이 신루트 개척에 나섰으나 실종되었다가 올해 눈이 녹으면서 현지인에게 발견되어 국내로 돌아오기도 했다.

 

 

산이 좋아 그대로 산이 되어버린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잠시 동안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돌아보며 먼저 산으로 돌아가 대둔산 용문골에 영원히 잠 들어 있는 대학시절 산악대장님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환희와 슬픔이 공존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여!!!

그리고 희말라야 여신이여!!!

 

부디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 안전한 산행을 인도해 주시기 바라옵나이다

 

 

고산증으로 스틱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숨가쁘게 올라온 후미 몇분을 모시고 다시한번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을 한다.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눈에 각인을 하고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대며 MBC로 천천히 돌아온다. 옆지기한테 부탁하여 간신히 나의 사진을 몇장 찍었으나 오호 애재로다^^...ㅎㅎ... 하루빨리 카메라 기본교육과정이라도 이수하도록 해야하겠다

 

 

MBC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늦은 아점을 먹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히말라야 롯지까지 하산을 서두른다. 올라오면서 못 본 풍경들이 내려갈 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빙하가 녹아 흘러 내린 계곡물과 이름모를 노란색 야생화와 풀을 뜯고 있는 염소떼들.... 

 

 

히운출리에서 흘러내린 커다란 빙하에도 다시한번 들어가 본다. 오전에 맑다가 오후에는 흐려지는 전형적인 희말라야 날씨를 장엄하게 구경하면서 데우랄리를 거쳐 희말라야 롯지에 도착하여 따뜻한 짜이를 한잔 마시고 휴식을 취한다

 

 

고소증상도 없고 며칠간 머리를 못감아 태양열로 데운 HOT SHOWER를 2달러를 주고 신청했으나 앞선 분들이 모두 사용하여 찬물만 나와 사장님에게 물을 한동이 데워달라고 하여 바가지 샤워를 하고 나니 사타구니가 보송보송해진다^^...ㅎㅎ

 

 

위쪽 샤워실에서는 멋 모르고 발가벗고 비누칠 하다가 찬물이 나와 비명소리를 질러대는 해프닝도 있었다지요...ㅎㅎ

 

 

하산할 때 반주를 할려고 가져간 팩소주를 꺼내보니 여섯병 모두가 터져서 지퍼백이 난리가 났다. 아마도 무거운 카고백을 포터들이 지고 나르며 이리저리 내 팽개쳐서 터진것 같았다. 다행히 이중 포장을 하여 그대로 식당으로 들고 가서 구멍을 내어 짜내보니 근사한 소주가 여러잔 나와서 주위분들과 한잔씩 나누어 마신다.

 

 

그 동안 긴장이 풀렸는지 한꺼번에 피로가 밀려왔지만 사워를 한 덕분에 개운하게 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2019.10.15.(화)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