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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충청권

충북알프스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구병산(九屛山)' 산행 이야기

by 풍경감각 2020. 12. 28.

충북알프스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구병산(九屛山)' 산행 이야기

 

구병산은 아홉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마로는 조선시대 역마를 먹이던곳이었고 적암리(赤岩里)는 구병산 동쪽 충북과 경북의 도계에 있는 붉은바위에서 유래되었는데 적바위 또는 보은바위라고도 부르며 원래 지명은 사기막골이라고 부르더군요

대추로 유명한 보은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속리산 천왕봉은 지아비산, 구병산은 지어미산, 금적산은 아들산이라고 하여 이를 "삼산" 이라고 일컬었다고 합니다

구병산은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바위능선과 명품 소나무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최근 충북 알프스와 블랙야크 명산100의 명성을 업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요

산과 산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친근감도 외면해 버린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인적이 드문 산을 찾아 가끔 혼자 산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도 뻥 뚫린 상주고속도로를 달려 고요한 적암리 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웬 관광버스 한 대가 쌩하고 달려오더니 등산객들을 꾸역꾸역 내려놓습니다.

최근 코로나 방역 2.5단계로 격상되어 단체카풀산행도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 안내산악회더군요. 인적 드문 코스를 선택하여 내려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새벽에 일찍 올걸 그랬나봅니다

산행시간은 무제한(ㅎ)이라서 다시 차속으로 들어가 차 한잔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려봅니다. 그 분들 산행코스는 대부분 위성지구국 코스로 올라가 원점회귀를 하거나 일부가 신선대 코스로 내려올것 같아 뒤 꽁무니가 사라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출발합니다

 

그 분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적암리 마을에서 직진하여 팔각정(세심정)을 지나고 절터와 신선대 갈림길도 지난 다음 성황당 우측 길로 접어듭니다.

그 분들과 역코스로 진행하면 위성지구국 코스팀은 거의 하산할것이고 신선대 코스로 돌아오는 분들도 피할 수 있을것 같더군요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희미한 산길을 치고 올라 우미봉을 끼고 왼쪽으로 올라서니 케케~께이~ 고라니 울음소리가 엄청 들려와서 방울을 꺼내 배낭 옆에 달고 까칠한 바위 틈도 비집고 돌고 돌아 신선대와 장고개 그리고 형제봉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백두대간 못재와 피앗재로 연결되기도 하고 1999년 보은군에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충북 알프스' 로 명명하여 많은 산꾼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상수리와 소나무 숲길을 느긋하게 한번 걷고 싶더군요

암릉길을 돌아오니 산객 두분이 쉬고 있어 신선대 코스로 올라왔다고 하면서 목이 뻣뻣하고 어지럽다도 하여 혈압약을 드시냐고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더군요. 빵모자와 장갑을 끼우고 우선 체온보호를 위해 겉옷을 하나 더 입히고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고 옆에분에게 어깨랑 주물러드리라고 하면서 바로 하산을 권유하니 쉬었다가 가겠다고 하더군요.

추운날 얇은모자에 장갑도 안끼고 미끄런 암릉길을 힘을 쓰면서 올라왔으니 외부에 노출된 말초혈관은 수축되고 심장은 더욱 부하가 걸려 혈압이 올라 어지럽고 가물거리고 현기증이 날수밖에 없었겠지요. 특히 심장에 무리를 주는 겨울철에는 보온에 신경쓰고 정말 주의를 해야할것입니다

이따금씩 내려오는 산객들이 있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북사면 빙판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차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올라갑니다. 신선대에서 속리산 천왕봉과 청화산, 형제봉 능선을 감상하고 853봉을 올라갈려고 했더니 너무 미끄럽고 위험하여 우회합니다

절터 갈림길과 칼바위 능선도 지나고 815봉도 지나고 위성지구국 갈림길도 지나고 구병산 정상에 오르니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등산객 몇분이 있어서 쌀개봉 방향으로 내려가서 우리나라 3대 풍혈중의 하나라는 구병산 풍혈을 찾아보니 눈속에 파묻혀 돌무더기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석 바로 아래 죽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던 소나무... 구병산 정상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소나무였지만 이제는 출입금지 말뚝들도 없어지고 가지도 많이 상해서 몇 년뒤에는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산을 더욱 사랑하고 풀 한포기라도 소중하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산객들이 거의 없어 정상에서 내년에 도입될 'GPS인증베타테스트'도 해 보고 산타할아버지 모자도 쓰고 셀카 놀이를 하면서 찬바람 실컷 맞고 하산을 합니다

가파른 하산길을 따라 쌀난바위도 담아보고 철계단 근처에서 고드름도 만져보고 구병산성터를 지나 막내녀석 투정 부리듯이 홀로 떨어져 우뚝 서 있는 시루봉을 바라보고 S자길을 돌아 적암리에 도착합니다

6년전 5월 기린초와 인동초의 마중을 받으며 찾았던 구병산을 나홀로 제한시간 없이 천천히 올랐다가 적암리로 하산하여 속리산휴게소 뒤쪽 하이패스 입구로 바로 들어와 서울로 향합니다

2020.12.26(토)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