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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해외산행

희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2일차 이야기

by 풍경감각 2019. 10. 12.

[희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2일차 이야기]

♥ 주요일정 : 카트만두~(경비행기)~포카라~(버스)~나야풀~(지프)~시와이~지누난다 롯지

 

이른 아침 빵과 과일이 전부인 네팔식 도시락을 받아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시끄럽고 무지무지 복잡한 공항에서 포카라행 국내선 쌍발 프로펠러 Yeti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약 1시간 연착된다고 하여 무작정 기다린다. 이곳에서 1시간 연착은 양호하다며 느긋하게 맘 먹으라고 한다. 비스따리 비스따리를 이곳에서부터 실천해야 하나보다...ㅎㅎ

 

버스를 타고 경비행기에 오르니 스튜디어디스가 솜뭉치를 나누어 주며 엄청 시끄럽기 때문에 귀를 막으라고 한다. 사탕 2개와 물 한컵을 서비스 받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창가쪽에서 환호성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뭉게 구름 아래로 희말라야 설산의 영봉들이 줄지어 나타나는것이 아닌가. 인생은 줄을 잘 서야 한다고 하더니 오고갈 때 모두 반대쪽에 앉아서 나는 푸른 산과 회색빛 하늘만 바라보아야 했다^^...ㅎㅎ

 

30분 정도 비행한후 포카라 공항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수레로 끌고 오는 카고백을 찾아 버스로 이동한다. 포카라 공항은 기름 냄새를 잔뜩 풍기는 경비행기와 안나푸르나 계곡을 날라다니는 헬리콥터 그리고 엔진이 달린 1인용 행글라이더 등이 이착륙하는 작은 공항으로 흡사 60년대 우리나라 모습과 같았다 

 

포카라 시내를 벗어나기도 전에 우측으로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마차푸차례 영봉이 눈에 보인다. 일명 생선꼬리(Fish Trail)라고도 부르는 마차푸차례는 네팔인들이 신성시 여겨 등반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은 비포장도로라고 하지만 산악 오프로드보다 더 심한 굴곡과 웅덩이가 파여 있어 뒷좌석 도전자들의 비명소리가 진동을 한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버스속에서 시달리면서 큰 고개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거의 3시간만에야 가까스로 나야풀 마을에 도착한다. 

 

옛날에는 이곳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약 1시간 정도 지프를 타고 시와이까지 이동하여 트레킹을 시작한다. 지프에 카고백을 옮겨 싣고 나야풀 마을 다리 입구에 있는 Fish Trail Rodge에서 처음으로 쿡들이 만들어 주는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였다. 12명의 쿡과 보조들이 가스통과 음식재료를 지고 우리를 앞질러가면서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는데 수제비와 라면 등 익히 소문을 들어 기대가 크다.

 

시와이까지 지프로 이동하는 계곡길은 정말 지옥으로 가는 길보다 더 험하고 우측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로 좌우로 울퉁불통 거려 도저히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트레킹을 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말 것 같았다. 계곡 양쪽으로 펼쳐지는 산 중턱에 작은집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가끔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젊은이들과 고산족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큰 고갯길에서 앞서가던 지프의 바퀴 스프링이 툭 튀어 나와 분승을 하고 겨우겨우 시와이에 도착하고 나니 전부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버프와 마스크가 그나마 숨을 쉴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시와이에는 약 25명의 포터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카고백을 2개씩 메고 이동하기 시작한다. 인당 20kg정도 될텐데 2개면 40kg...ㅠㅠ.. 머리에 끈을 걸고 쪼리를 신고 그렇게 무거운 카고백을 메고 우리와 같이 걷다니 눈이 휘둥그레질뿐이다. 

 

오늘은 시와이(1380m)에서 지누난다(1780m)까지 약 7km를 트레킹해야 한다. 비교적 큰 길을 따라 걸어갔으나 곳곳이 지진의 여파인지 산사태로 무너져 낙석도 조심해야 하고 오르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전부 오름길 아니면 내림길뿐이다. 중간에 짐을 나르는 조랑말도 만나고 몇 고개를 넘고넘어 약 400m 정도 되는 큰 흔들다리를 건너서 또 올라가니 드디어 지누난다 롯지다. 

 

다소 넉넉한 방 배정을 받고 돼지고기 수육으로 식사를 하고 밖에 나와 보니 달빛에 흔들리는 타르쵸와 룽다 사이로 어슴푸레하게 설산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너무 감동스러워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요리조리 찍어보았으나 밤이라서 잘 잡히질 않는다. 근처에 노천탕이 있다는데 언감생심 어렵게 다람쥐 세수를 하고 첫날 롯지에서 설레이는 하루를 마감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물갈이 배앓이가 걱정되어 조금씩 조심스럽게 먹고 스멕타(흡착 지사제)를 가지고 다니지만 아직까지 컨디션도 좋고 새벽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상쾌한 아침을 맞고 있다

 

2019.10.12.(토) 풍경소리